기부할 수 있는 축복/국민일보 권혜숙 인터뷰 전문기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11-16 19:07 조회2,864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제 기부를 받은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 그들의 인생이 바뀌는 것, 그런 보람도 있지만 내 삶에 대한 감사가 회복된다는 게 가장 큰 행복인 것 같아요. 애초에 나눌 수 있다는 게 제가 많은 축복을 받은 거잖아요.”
한 줌이라도 더 큰 권력, 더 많은 부, 더 높은 명예를 움켜쥐려는 세상에서 낮은 곳으로 좋은 것을 흘려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준 이는 에듀테크 기업 디쉐어의 현승원 의장이다. 그는 자수성가한 초고액 기부자다. 재수생 시절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스타 강사를 꿈꿨고, 월 30만원 영어 과외로 출발해 수능영어 전문학원 쓰리제이에듀를 세웠다. 2019년 창업 9년 만에 회사 지분 절반을 사모펀드에 넘기며 삼십대 중반에 1500억원을 손에 쥐었다. 창업 이후 꾸준히 기부해 지금까지 내놓은 금액만 100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그는 사랑의열매와 컴패션, 기아대책 등의 후원자로 7개의 NGO에 기부하고 있다. 매달 국내 장애 아동 100명을 비롯해 1500여명의 국내외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나라에 학교를 짓기 시작해 캄보디아와 가나 카메룬 파키스탄에서 건립이 진행 중이다. 목표는 해마다 두 곳씩 학교 100개를 짓는 것. 총 500억원이 드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다.
“중학생 때 용돈 4000원 중에 500원을 부모님이 하시는 선교사 후원에 보태는 것으로 기부를 시작했어요. 만약 수입의 1%를 기부한다면 100만원을 벌면 1만원, 1000만원을 벌면 10만원, 1억원을 벌면 100만원이 되죠. 그럼 100만원을 기부하는 게 아까운 게 아니라 1억원을 번 것에 대한 감사함이 커져요. 그렇게 기부할 지표를 세워 놓으면 기부금이 늘어날 때마다 내가 잘된 것에 대한 감사함 그 자체로 행복해집니다.”
기독교인인 그에게 기부란 하나님을 기쁘게 하고 세상을 풍성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바른 부자’는 어떤 것일까에 대한 고민 끝에 네 가지 원칙을 세웠다고 했다. 내 것이 아님을 인정할 것, 자족할 것, 나눌 것, 최선을 다할 것. “크리스천은 하나님이 후~ 불면 전부 잃어버리게 된다는 걸 알잖아요. 우리가 가진 재물은 하나님이 맡기신 것이고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규모를 줄여서 자족하며 살다가 학교를 짓겠다고 결심할 때처럼 어느 순간 마음이 뜨거워지면 나누는 거죠.” 자신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절약을 꼽은 그는 두통으로 커피를 아예 끊기 전까지 500원짜리 캔커피만 마셨다고 했다. “자족하며 사는 데는 제가 강점이 있는 것 같아요. 여전히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패스트푸드 햄버거고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명품을 입히지 않습니다.”
영국 자선지원재단은 해마다 세계기부지수를 발표한다. 최근 한 달 동안 기부한 적이 있는지, 자원봉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지, 낯선 사람을 도와준 적이 있는지를 묻고 국가별 순위를 매긴다. 2019년에는 지난 10년간의 평균을 냈는데 상위 10개국은 미국 미얀마 뉴질랜드 호주 아일랜드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순이었다. 미얀마와 스리랑카 인도네시아를 보면 경제적 여유가 기부의 필수 조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국은 57위였다. 올해는 순위 변화가 컸다. 톱10은 인도네시아 케냐 나이지리아 미얀마 호주 가나 뉴질랜드 우간다 코소보 태국이었다. 재단은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들의 순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114개국 가운데 110위로 떨어졌다.
오는 12월 1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해마다 사랑의열매가 운영하는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이 열린다. 온도탑은 목표 모금액의 1%가 모일 때마다 수은주가 1도씩 오른다.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기부하는 축복을 누리기를 바란다.
권혜숙 인터뷰 전문기자 hskwo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18308&code=11171358&cp=nv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